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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픈 아들 서울대 등하교시킨 어머니, '천원의 식사' 기부

2024.09.20 08:30
10일 서울 관악구 서울대 관악캠퍼스 미술관에서 진행된 '천원의 식샤(식사)' 성과보고회. 서울대는 1,000원에 아침 식사를 제공하는 사업을 2015년 6월 시작했고, 2018년부터 세 끼로 확대했다. 식사 한 끼 단가는 약 4,000원. 학생이 내는 1,000원을 제외한 3,000원은 정부 지원금과 학교 기금으로 충당된다. 이를 위해 서울대는 후원을 받았는데 1년 만에 7억 원 넘는 기부금이 모이자 각 분야 기부자 대표 등을 초청해 성과보고회를 연 것이다. 이 가운데 '학부모 기부자 대표'로 연단에 오른 김혜경(56)씨를 행사 이틀 뒤인 12일 관악캠퍼스 행정관 장애학생 휴게실(다솜누리)에서 다시 만났다. 김씨는 "대학생 때 이후로 그런 자리에 서본 게 처음이라 너무 긴장했다"고 미소 지었다. 밝은 표정의 김씨는 이 두 글자가 나올 때면 울컥하곤 했다. 바로 '아들'이다. 김씨 아들(25)은 태어날 때부터 곳곳의 관절이 굳는 병(선천성 다발성 관절 구축증)을 앓아 몸이 불편했다. 거동이 어려워도 늘 해맑은 아들을 모두 좋아했다. "초등학교 땐 수술 후 항생제 부작용 때문에 기침과 토를 달고 살았어요. 그런 상황에도 친구들과 있고 싶다면서 학교에 꾸준히 나갔어요. 선생님도 학생들도 기뻐하더라고요." 공부도 손에서 놓는 법이 없었다. 학원이나 과외 수업은 듣지도 않는데 전교 1등을 놓치지 않았다. "몸이 불편하니 잘할 수 있는 게 공부밖에 없다는 생각이었는지… 아프니까 밖에 나갈 기회가 거의 없잖아요. '그만 자라'고 해도 본인이 좋아서 밤늦게까지 책을 보는 거 있죠." 김씨는 못 말리겠다는 듯 말했다. 병원과 집을 오가는 아들은 자연스레 의사의 꿈을 품었다. 자신을 도와준 선생님들처럼 의대에 가겠다고 했다. 하지만 수술할 일이 잦은 의사에겐 세심한 손놀림이 필수. 앓고 있는 질환으로 의사는 어렵겠다는 판단에 의업과 가장 밀접한 생명과학을 배우기로 하고 서울대에 진학했다. 합격의 기쁨도 잠시, 경기 광주의 집에서 학교까지 왕복 2시간 거리인 아들의 통학길이 걱정이었다. 김씨는 아들의 발이 되기로 마음먹었다. 아들이 신입생이던 7년 전부터 석·박사 과정을 밟고 있는 지금까지 하루도 빠짐없이 등하교를 돕는다. 김씨의 친구들이 요즘 뭐 하고 지내냐고 물을 때면, 그는 이렇게 근황을 전한다. "나? '매니저 일' 하지!" 점심과 저녁은 학교 안에서 주로 해결해야 하는 모자에게 부담 없는 가격에 맛도 좋은 '천원의 식사'는 고마운 존재였다. "외식 가격이 올랐는데도 '천식'(천원의 식사)은 계속 1,000원이에요. 주머니 사정 넉넉지 않은 아이들도 3,000원이면 세 끼 다 해결할 수 있잖아요." 김씨와 남편이 기부를 결정한 배경이다. 김씨 부부는 아들이 막 서울대에 입학한 2018년에도 기부를 한 적이 있다. 당시 서울대 자연과학대학 입구는 이중 수동문인 데다 받침목도 따로 없었다. 아들이 탄 수동휠체어를 미는 동안 문을 잡아줄 사람이 필요해 매번 남편이나 아들 친구 도움을 받아야 했다. 김씨는 단과대 사무실을 찾아가 자동문을 만드는 데 써 달라며 기부금을 건넸다. "저야 상황이 되니 따라다니지만, (몸이 아픈 자녀를) 학교에 보내놓고 못 오는 부모들이 얼마나 걱정이 많겠어요. 다른 학생들도 편하게 학교에 다녔으면 좋겠다는 생각이었어요." 서울대는 그해 하반기 곧바로 출입구를 자동문으로 바꾸고 옆 강의동에 장애학생 휴게실도 새로 지었다. 아들을 기다리면서 시간을 보내는 다솜누리에도 김씨 손길이 닿지 않은 곳이 없다. 틈날 때마다 복사기 용지를 채워넣고, 문구용품 등도 점검한다. 다른 학생들이 끼니를 거르고 공부하고 있으면 빵이나 간식을 사다주기도 한다. 김씨는 "7년째 다니니 제가 직원인 줄 착각하는 분들도 있다"면서 "'다솜누리 지기'라고 불러 달라"고 웃으면서 말했다. 아들이 계속 서울대에 다니면 모를까, 외국에서 포닥(박사후연구원)이라도 하겠다고 하면 어떻게 해야 할지 김씨는 요즘 복잡한 심경이다. 그래도 힘닿는 데까진 최선을 다할 생각이다. 아들에 대해 묻자 김씨 표정이 금세 또 환해졌다. "보물이죠. 보물, 우리 집 보물. 저하고 아들 '원 플러스 원', 아빠하고 우리 아들까지 '투 플러스 원'." 세 가족 모두 떼려야 떼어놓을 수 없는 존재란 의미다.
생활 쓰레기와 오물이 가득한 부산의 한 가정집에서 강아지 27마리가 동물보호단체에 의해 구조됐다. 지난 19일 부산 사하구 유기동물보호소와 동물보호단체 위액트, 도로시지켜줄개 등은 이날 사하구의 한 주택에서 개 27마리를 구조하고 개 사체 10여 구를 수습했다. 단체들은 '노부부가 수년 전부터 가정에서 개 번식장을 운영하고 있다'는 제보를 받고 구조에 나섰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주택은 쓰레기장을 방불케 하는 모습이었다. 위액트는 인스타그램에서 "냉장고 문을 열자 죽은 개들의 사체가 쏟아져나왔다"며 "실온에 방치된 부패 사체에서 악취가 진동하고 눈이 아릴 정도로 가득한 암모니아 가스로 숨조차 제대로 쉴 수 없었다"고 전했다. 이어 단체는 "(강아지들은) 수천 마리의 바퀴벌레가 돌아다니는 바닥에서 겨우 숨을 쉬며 누워 있거나 집 안 곳곳에 흩어진 쥐똥 사이로 고개를 내밀기도 했다"며 "털에 엉겨붙은 배설물 때문에 얼굴조차 분간하기 힘들었다. 이런 환경에서 어떻게 사람도, 개들도 견딜 수 있었던 걸까요"라고 안타까워했다. 이 주택에는 노부부와 아들 2명이 강아지들과 함께 거주하고 있었다. 윤희연 사하구 유기동물보호소 운영위원장은 연합뉴스에 "노부부가 소유권을 포기한 것은 아니라 동물보호법에 근거해 긴급보호조치로 강아지들을 구조했다"며 "주민들이 몇 차례 신고를 했지만 적절한 조처가 없었다"고 말했다. 지난해 사하구청은 복지 담당자를 이 주택에 보냈고, 당시 담당자가 주거 환경 개선과 동물 보호를 위해 가족에게 집에 있던 강아지 10여 마리를 동물보호소에 인계하도록 요청해 동의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가족은 일부만 보호소에 보낸 뒤 남은 강아지들을 불법 번식시켜 판매한 것으로 추정된다. 구조된 동물들은 현재 동물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고 있다.